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총무청(GSA)과 참모진에게 정권 이양 절차에 협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미 대통령선거 승자가 조 바이든으로 굳어진 지 16일 만에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인수 작업이 공식화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별개로 불복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퇴임 이후 준비에 착수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GSA 청장인) 에밀리 머피와 그의 팀이 국익을 위해 초기 프로토콜에 따라 해야 할 일을 하도록 권고한다. 내 팀에도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고 썼다. CNN은 "이번 서한은 행정부가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인정하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했다. GSA는 대선 이후 대통령 당선인을 확정하고 새 행정부 출범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여태껏 머피 청장이 당선인 승인을 미루면서 바이든 인수위원회는 정권 인수를 위한 자금 수백만달러와 정부 정보 접근 권한을 제공받지 못했다.
이날 머피 청장이 바이든 측에 서한을 보내 공식 인수 절차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바이든 인수위의 정권 출범 준비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바이든 인수위 측은 성명을 내고 "며칠 내로 인수위 관계자들이 연방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회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우리 국가 안보와 관련된 온전한 정보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도 트위터에 인수위 공식 웹사이트 주소 링크를 게재하며 화답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백기 투항했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외적으로 불복 투쟁을 이어갈 계획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에서 그는 "우리 소송은 굳건히 진행되며, 계속해서 싸울 것이고, 우리가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트럼프 캠프는 바이든 당선인이 1만2000여 표 차이로 승리한 조지아주에 대해 재검표한 결과 승부를 뒤집지 못하자 두 번째 검표를 요청하는 등 끈질기게 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 프로토콜'에 협조하라는 애매한 지시를 내린 탓에 인수 작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식적인 승복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내각이 정보를 숨기지 않고 공유할지도 알 수 없다.
다만 트럼프가 한발 물러난 건 그의 불복 전략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측근에게 "이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말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했다고 한다. 트럼프 측이 낸 소송이 줄줄이 기각되거나 철회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한 주간 체념한 기색을 내비쳤다고도 보도했다.
이날도 경합주였던 미시간주는 바이든 승리를 공식 인증했다. 이틀 전 공화당 측이 미시간주 개표참관인위원회에 개표 결과 감사가 필요하다며 인증을 2주 늦춰달라고 요청했지만 강행한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미시간주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유권자 사기가 저질러졌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물밑에서 퇴임 이후 준비에 들어갔다는 조짐도 감지된다.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플로리다 팜비치의 호화 리조트 마러라고가 내부 공사에 들어갔고, 전·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이 이곳 경호 요원 증원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부부가 내년 1월 20일(바이든 취임식) 이후 이곳에 풀타임으로 거주할 예정"이라고 했다. ABC방송은 "트럼프가 '백악관 이후'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전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