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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브이(V)’의 효과가 95% 이상이라고 개발자 쪽이 발표했지만, 서구권에서는 근거 수치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감염병·미생물학 센터의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 개발을 지원한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24일(현지시각) 백신 임상 3상 시험 자료 2차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는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과 가짜 약(플라세보) 접종을 마친 약 1만9000명 가운데 39명 감염자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 접종으로 면역력이 완전히 생기려면 2차례 접종해야 한다. 두번째 접종은 첫번째 접종 3주 뒤에 한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는 “첫번째 접종 후 28일(두번째 접종 후 1주일)째에 백신 효과가 91.4%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스푸트니크 브이를 접종한 1만4095명 중 코로나19 감염자는 8명이 나왔고 가짜 약을 접종한 4699명 중 31명이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구체적 수치도 공개했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는 “첫번째 접종 후 42일(두번째 접종 후 21일)째에는 효과가 95% 이상”이라고도 덧붙였다. 백신 접종 뒤 시간이 지날수록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임상 참가자들에게선 단기적으로 접종 부위 통증, 체온 상승, 무기력증, 두통 같은 가벼운 증상만 나타났을 뿐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은 없었다고 강조하며, 임상 참가자 중 코로나19 감염자 78명이 나오면 3차 분석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러시아 정부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했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미국 등에서는 러시아 백신 개발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러시아는 세계 최초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백신 이름도 소련 시절 세계 최초로 쏘아올린 인공위성 이름 스푸트니크에서 따왔다. 이번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 효과 95% 이상이라는 발표에도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들이 있다. 효과 95%는 화이자 백신과 같고,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높다. 웨일코넬 의대 바이러스 학자인 존 무어는 <뉴욕 타임스>에 “그들이 (효과) 95%를 제시하기 위해 (자료를) 자르고 나누고 자료를 오용한 것처럼 나에게는 보인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모스크바에서 외국 대사 신임장을 받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러시아직접투자펀드 쪽은,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은 섭씨 2~8도에서도 저장이 가능한 동결 건조된 형태의 백신 생산에도 착수해 열대 지역에서도 백신 사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인들은 무료 접종이고 국외 판매 가격도 1회 접종당 10달러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 발표 내용을 보면 6개월 보관하려면 각각 영하 70도와 20도 냉동 보관이 필요하며 고가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과는 차이가 있다. 섭씨 2~8도에서 보관이 가능하며 1회당 4달러 정도 가격으로 예상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비슷해 보인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24일 ‘푸틴 대통령이 왜 아직 접종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인증되지 않은 백신을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러시아가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는데, 승인과 인증의 차이를 대변인은 설명하지 않았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대중 접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국가수반이 (임상 시험) 자원자로 참여할 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고도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러시아가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 승인 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딸도 백신을 맞았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두 딸 중 누가 백신을 맞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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